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품격있는 대체역사를 원하십니까?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본거



  국내에서 가장 착각받는 장르가 있다면 SF 하위장르 중 하나인 대체역사물일 것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선 이 장르를 자국의 선전물 또는 자위물로 정도밖에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많은 국내 대체역사 판타지들이 자위로 빠져버리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언제나 더 큰나라 또는 제국화 되서 다른 땅을 침략하는 것을 미화하기까지 하는 그런 장면에선 눈쌀을 찌프리기에 충분하다. 사실 [박씨전]이나 [임진록]같은 심각한 레벨의 자위물을 예전부터 쏟아온 나라니 장르의 활용성을 "왜 다른나라는 이랬는데 우리라고 못해!"같은 수준에서 멈춰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체역사와 자위물은 틀리고 역사의 분기점을 잡는데 어디까지나 그럴듯한 핍진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소설을 논하겠는가.

  이러니 국내에선 대체역사장르를 "대체 어디가 역사냐!"의 준말로 통용하는 등 비꼬기도 많다.

  서구에선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로 시작된 이 장르는 이후에도 수많은 발전을 거듭해와 [쌀과 소금의 시대]라는 대작이 등장하는 등 발전을 이루고 있다. [쌀과 소금의 시대]는 정말 진짜 소설가로써 표현력이나 역사적 발전의 배경을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은 명저다. 만약 여러분이 진짜 "대체역사물"을 보고 싶다면 킴 스텐리 로빈슨의 [쌀과 소금의 시대]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종주국 답게(일단 시작이 이곳이니) 문학적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는 서양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선 자위에 자위를 거듭하는 장르로 추락하고 있었다.(지금도 틀리지 않다. 총판에 깔리는 제국사들을 보라. 인권도 없고 타국을 침략하는 제국이라니 참으로 자랑스럽기도 하겠다.) 이렇게 놀림감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국내 대체역사 장르에서 작년 8월 정말 돌연변이 같은 책이 하나 출간된다. 이름부터 특이한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라는 책은 대체역사물의 새로운 접근법이었다.(적어도 국내에 있어선 말이다.) 지금껏 대체역사의 기본 전제는 거시적 역사의 흐름에 휘말리는 세상을 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정공법이고 가장 많이 발전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지금까지 방향성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미시적 역사와 그 역사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만들어낸 미래를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대체역사물이 연대기적 역사서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풍속사나 민속학같은 미시적 역사를 관조하는 작품인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한국 햄버거 진출사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역사의 연속적인 결합이 전혀 다른 미래로 다가가는 것은 정말 처음 봤을 때 깜짝놀랬으며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말 이 소설은 즐거운 유희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대체역사장르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고 작가가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음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단편집이다. 여러 장르가 한권에 모여 있는데 대체역사 장르인 표제작[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와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있고 그 외 나머지 SF 작품들을 모아놓고 있는데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한번 읽히고 싶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만이 돌연변이적으로 튀어나와 지금까지 쌓여온 장르적 영향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 작품이 순문학 출판사에서 출판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의 저자 조현은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란 T.S 엘리옷에 대한 가상의 논문으로 가장한 소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평단에서도 독자들도 좋아한는 작품이지만 순문학이라는 틀 안에 갇혀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자위물만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이렇게 길고 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원래 한 장르의 발전은 돌연변이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돌연변이들을 역사로 쌓아놓고 지속되어 하나의 역사로 발전해 미래를 창조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누구나 이 작품을 보시길 바란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 글은 재밌다.


덧글

  • 히무라 2012/03/01 16:11 # 답글

    이런작품이 있었군요. 대체역사물 몇개보고는 거의 대부분이 불평불만이라 손도안대고 있었는데... 이거라면
  • 회색인간 2012/03/01 16:16 #

    한국 대체역사물은 개판이 많죠......대체역사도 종주국이 낫긴해요.....
  • JOSH 2012/03/01 16:17 # 답글

    > 많은 국내 대체역사 판타지들이 자위로 빠져버리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언제나 더 큰나라 또는 제국화 되서 다른 땅을 침략하는 것을 미화하기까지 하는 그런 장면에선 눈쌀을 찌프리기에 충분하다.

    18xx 대한제국 인가 머시기 인가 하는 소설이 있는데.....

    만주 침략 ... 중국인들 "인종청소" .... 어?
    류큐로 간다... 일본관리들 쫒아내고 조약체결. '외교' '국방'을 대한제국이 가짐 ... 어?

    작가가 일부러 그러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 입니다.
    미친나... -,-
  • 회색인간 2012/03/01 16:21 #

    그걸 소설이라고 불러줘야하는 세상이 밉습니다.
  • 히무라 2012/03/01 16:26 #

    당위성같은건 존재도 안하고 있죠...
  • 히무라 2012/03/01 16:21 # 답글

    그보다 소설 자체가 한풀이의 도구가 되가는 느낌
  • 회색인간 2012/03/01 16:22 #

    쇼비즘과 민족주의의 합작품이죠......
  • 네오바람 2012/03/01 16:25 # 답글

    이거 표지 멋지죠 ㅋㅋ
  • 회색인간 2012/03/01 16:25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표지 정말 죽여줌
  • pororro 2012/03/01 20:58 # 답글

    와 저도 이 책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보관함에 넣어 둠) 읽을만 한가 봐요. 단편집이라니 더 땡기네요ㅋ
  • 회색인간 2012/03/01 21:02 #

    추천할 수 있습니다. 표제작은 정말 읽고나서 여운이...........
  • 회색인간 2012/03/01 21:03 #

    아 물론 논설문조의 문장을 어려워 하신다면 좀 어려울 순 있습니다.
  • pororro 2012/03/01 21:19 #

    ㅎㅎ재밌겠네요. 캄사합니다.
  • 123 2014/04/28 16:26 # 삭제 답글

    글쎄 이제 순문학/장르문학 경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조현뿐만 아니라 최제훈이나 박형서만 보더라도, 이게 순문학인지 장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인데. 순문학의 틀을 만든 사람들 중에 작가나 비평가들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독자들도 그런 틀을 만든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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